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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와 지니

정유정의 '진이와 지니'는 이때까지의 책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7년의 밤, 종의 기원 등 인간 본성의 잔인성을 깊이 다루고 있던 작품들이 많았는데, 진이, 지니는 인간애, 공감 등의 따스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 

 

진이는 이 책의 주인공인 영장류 연구원의 이름이고, 지니는 진이가 만나게 되는 영장류 중 하나인 보노보의 이름이다.

진이와 지니는 과거에 특별한 만남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부터 둘만의 교류가 있던 것 같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둘만의 언어가 전달이 되면서 교감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진이는 영장류 책임 사육사 직을 그만두게 되는 날 우연히 한마리의 침팬지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조를 하러 가게 된다. 구조하러 가서 확인을 하니 침팬지가 아니라 보노보였고, 예전의 한 과거가 떠오르게 된다. 

미취 총으로 보노보는 구조? 가 되고, 진이의 품에 안겨서 차에 옮겨졌다. 함께 구조를 나섰던 교수님의 제안으로 진이의 이름에서 따서 지니라고 불리자는 얘기를 나누는 찰나였다. 갑자기 뛰어든 고라니로 인해서 차량은 전복이 되고, 진이와 지니의 판타지 한 운명이 시작이 된다. 

 

그 사고로 인해서 어떤 운명의 장난인지 진이의 영혼이 지니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실제의 진이는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유인원 보노보의 몸에 갖혀버린 진이의 영혼은 보노보의 영혼과 서로의 영역 다툼을 하게 되는데, 진이의 영혼이 지배를 하고 있을 때는 인간의 사고를 하는 반면 지니의 영혼이 지배를 할 때는 본능에 맞게 행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진이의 영혼이 점차 옅어지고, 보노보인 지니의 기억 속으로 계속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지내면서 진이는 무언가 점차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수도있다는 것을..

 

책의 시작과 동시에 짧은 시간안에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 많은 페이지들을 어떻게 채워나가게 될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단순히 영혼이 뒤바뀐 것만이 문제는 아닌것같았다. 보노보의 몸으로 진이를 찾아가야지만, 진이는 자신의 영혼이 본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보노보의 몸으로는 할수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더 군다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원래의 지니의 영혼으로 인해서 통제불능이 될 때가 많다. 

 

진이가 사는 법, 지니가 사는 법

진이는 보노보의 몸에서의 사흘동안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보노보의 삶도 어떤 영화와 같은 장면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보노보에게도 자신의 삶이 있고, 나에게도 나만의 삶이 있다. 

보노보 지니에게 나의 의식으로 인해서 자신의 의식이 지배당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지니의 삶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진이는 생각한다. 진이 역시도 자신의 몸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뒤로 갈수록 조금씩 진이가 돌아올수있는 희망이 없어져갔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진이와 지니의 만남이 더욱 애가 탔다. 사흘이라는 시간이 몇 년에 걸친 듯 길게만 느껴졌다. 그만큼 길고 답답하고 조바심이 났다.

 

진이와 지니가 재회하는 순간. 그토록 기다리는 순간이었지만 진이는 알고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니의 몸에 있던 진이의 의식은 자신만의 정리와 마무리를 할수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지니가 아닌 진이로서의 삶을 마무리 할수있는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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