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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받는 누군가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오가는 편지는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곤 한다.

내가 살지 않았던 과거에서 온 편지. 처음에는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과거의 사실과 맞아떨어지는 것을 발견을 했을 때는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 편지 속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보다 어린 소녀였지만, 편지를 주고받을수록 두 사람 간의 시간차는 줄어들게 된다. 어느 순간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의 나이를 뛰어넘고, 고민하는 은유의 고민을 해결해주려고 한다. 

 

은유의 고민 때문인지 운명의 장난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 아빠와 인연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아빠의 과거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딸이 아빠의 과거를 과거에서 온 편지 속 은유에게서 듣게 되는데, 어떤 결말이 될지 상상을 하면서 조금은 예측을 하면서 읽었는데도, 은유가 은유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의 먹먹함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그 편지가 은유의 마지막 편지였고, 남은 은유가 영원히 간직하게 될 편지였다.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은유의 편이 아닌 것 같았던 아빠의 비밀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엄마의 과거를.

 

은유는 몇 달 동안 주고받은 과거의 은유에게서 모두 듣게 되고,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조금은 철없을 나이에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속마음의 이야기를 그리고 생떼 부리는 것과 같은 행동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알게 된 은유가 앞으로의 삶을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지 않았나 하고 생각된다. 

 

너에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은유만의 착각으로 과거에서 편지가 온다고 생각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은유에게 모든 말을 하지 못한 아빠의 작은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것을 글로 표현을 할 수 있다면, 그 것 또한 내가 아니라 남의 입을 그리고 손을 빌어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끝까지 하지 못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아빠는 그렇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환상이었다고 하기 보다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엄마의 부재로 딸에게 무뚝뚝하게만 굴었던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었으면 하는 건 바램이었을까 싶다. 

 

누군가 멀리서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편지라도 할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를 건너서 어떤 방법으로든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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